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보낸 편지함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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작성자 여유 작성일07-09-07 09:15 조회2,595회 댓글0건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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칠이 벗겨진 작은 철 대문이 있습니다.
머리를 숙이고 다리를 조금 들어 올려 들어가야 하는 문.
작은 직사각형 구멍이 뚫려있는 대문.
대문에는 항상 열려있는 편지함이 있습니다.

젖은 머리칼이 안 마른 채 이른 아침 길을 나설 때,
피곤한 몸으로 외로운 집으로 돌아 올 때,
편지함을 보게 됩니다.

생각해보면 기디라는 편지도 없는데, 비어있는 그 작은 공간을 보면 왠지 허무하고 우울해지기도 합니다.
누군가 날 기억하는 이가 있기를 바라는 마음일까요, 누군가 날 찾아주기 바라는 기대일까요.

인터넷을 사용하고 이메일이라는 새로운 편지를 사용하게 된 이후로 우리는 기다리는 시간에 대해서 관대하지 못합니다.
편지를 작성하고 보내기 버튼을 클릭한 후, 오분 후..
우리는 우리의 메일박스를 기웃 거리게 됩니다.

답장이 왜 안 오는 거지....
수신확인은 했는데, 무슨 생각을 하는 걸까.....
바쁜가..
어디 간 걸까.....

따라서 편지의 내용도 바뀌게 됩니다.
대부분은 즉각적인 의사전달을 요하는 내용이 대부분이기 마련입니다.

받은 편지 함과 보낸 편지 함.
이제 우린 두 개의 편지 함을 가지고 살아갑니다.
오래 전 대문에 뚫린 한 개의 편지 함이 아닌,
내가 보낸 편지를 다시 볼 수 있는 보낸 편지 함까지 가지게 되었습니다.

보낸 편지 함을 열어 봅니다.
한 통 한 통 열어보며 써내려 갔던 그때의 내 자신을 후회합니다.
이렇게 써서 답장이 안온 것은 아닐까.....
괜히 보낸걸까.....

발신 후 오분, 십분이 지나 오지 않는 답장을 기다리며
보낸 편지함을 열어 봅니다.
지금 그 사람은 이렇게 읽고 있겠지...
내가 그 사람이 되어 나의 편지를 읽어 봅니다.

하지만 한 번을 읽어도, 두 번을 읽어도 받은 편지 함에는 여전히 소식이 없습니다.

철대문을 가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합니다.
내가 보낸 내용을 다시는 볼 수 없고, 언제 답장이 올지도 알 수 없지만 조급해 지지 않고,
그저 하루하루 편지함 안엔 그리움만 쌓여가겠지요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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